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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봉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어느 대학생의 일상

핸드폰 알람이 울린다. 화면을 보니 840분이다. 9시 수업에 맞춘 알람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부리나케 세수를 하러 침대에서 뛰쳐나와야 했다. 가방에 교과서랑 노트북은 챙겼는지 확인하고, 아침도 가볍게 거르고, 부스스한 머리엔 모자를 눌러 써서 후다닥 학교로 달려가기 바빴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그런 식으로 운동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제는 알람이 울려도 두렵지 않다. 오히려 10분만 더 자기 위해 다시 알람을 맞춘다. 또 알람이 울리면 그제야 느릿느릿 책상 앞에 가서 앉는다. 노트북을 열고 온라인 수업 링크를 클릭한다. 등교 준비 끝이다. 수업에 접속하면 교수님이 출석을 부른다. 내 차례가 다가오면 간단히 답장하여 출석 체크를 한다. 아직 출석하는 틈을 타서 잠시 냉장고 문을 열어본다. 과자가 어디 있는지도 찾아본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아침 먹는 습관을 선사해주었다!

 

보다 여유로워진 아침시간...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수업을 통해서 우리는 모두 멀티테스터(Multi-tasker)가 된다. 수업을 듣는 동시에 밥을 먹으며, SNS를 하고, 심지어 누군가는 게임까지 하고 있으니 말이다. 수업이 끝나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수업 내용을 잘 들었는지 확인한다는 목적으로 일종의 과제를 내주시기 때문이다. 한두 개라면 마음 편히 쓰고 말겠는데, 6~7개가량의 수업에서 각각 제출하라고 하니까 눈앞이 캄캄하다.

 

하루의 처음과 끝이 컴퓨터로 시작했다가 컴퓨터로 귀결된다. 그러고 싶지 않아도 그럴 수밖에 없다. 컴퓨터 없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어렸을 적에는 그렇게 컴퓨터 앞에 앉고 싶어 안달이었는데, 이제는 탈출하고 싶다. 하루 내내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보다 잠들고, 다음 날 또 종일 컴퓨터를 본다. 평소에 안 쓰던 인공눈물도 한 병을 비워간다.

 

전자기기 없이 살아가기를 상상할 수 없는 시대

 

적어도 지식 전달 위주의 수업을 들어왔던 나로서는 그리 타격이 크지 않다. 쌍방향 소통을 자유롭게 할 수 없음이 조금 아쉬울 따름이지. 그런데 실습과 실기 위주의 수업이 주가 되는 학생들에게는 그야말로 치명적이다. 직접 눈으로 보고, 소리를 듣고, 시연 속에서 배움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연애도 책으로만 배울 수 없듯이 말이다.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리고 이 변화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장담하지 못한다. 분명 득보다는 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무엇부터 고쳐나갈 수 있는지 아직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대부분의 영화가 그렇듯이 이번 결말도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다.

 

 

*본 글은 서울신학대학교 학보사 383호(2020. 6.) 학생 기고란에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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