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도 일기를 쓰고 있는지?
- 혹시 그림일기를 기억하는지?
- 요즘도 사진을 사진첩에 모으고 있는지?
- 아침에 일어나면, 휴대폰부터 확인한다. 방해금지 모드를 해제하고 알림이 꺼져있던 어플들이 하나둘씩 자신의 소리를 낸다. 요즘 가장 많은 알람은 sns의 과거에 썼던 글들이다. 매우 의미 심장한 글로 나를 부른다.
‘과거의 있었던 오늘을 확인해보세요.’
- 굉장한(?) 녀석들이다. 나의 기억을 추억이라 알려주는, 과거의 나와 만날 수 있는 중매쟁이 같다. 그날의 감정들을 어릴 적 '그림일기'처럼 보여준다. 사진과 글들은 업그레이드된 그림일기인 것처럼 생생하다 못해 과거의 그 날로 돌아가게 도와준다. 개인적으로 대학에 입학하고 몇 번이고 시도해보았던 ‘다이어리’ 작성은 항상 2월을 못 넘기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sns 속 글은 일기를 못쓴 나에게 면죄부가 되어 위로해주기도 한다..
- 그리고 그런 글은 오랜 친구의 안부를, 지나간 인연에 대한 미련을 보여주기도 한다. 조금 과장하면 아침시간 읽은 게시물은 나를 과거의 오늘에 가둔다. 박제된 감정에 나는 잠식되어 과거, 그 날의 감정으로 살아가게 한다.
'이런 알림은 나를 독자로 만든다. 필자인 내가 독자가 된다.'
- 웃기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름을 지우고 본다면 이게 내 글이었나 할 정도의 내용도 있다. 독자로서의 나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그날로 돌아가 같은 생각과 감정에 잠기게 한다. 어느 성장영화를 보듯 사진이나 글은 그 사람의 일생일대를 바꿔놓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맞이한다.
- 가볍게 올린 나의 글에 내가 변화된다. 자아성찰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붙일만한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아름다운 흔적이 있다는 것이다. 아마 내가 본 그 알림은 sns 속에 n년후 다시금 나에게 보일 것이다. 애증의 관계처럼 때로는 응원을, 때로는 질타를 느끼게 될 것이다.
- 못 나온 과거의 사진이라도 쉽싸리 버리지 못하는 것처럼.
- '삐뚤빼뚤'한 글씨로 쓴 일기장을 버리지 못하는 것처럼.
- 사진첩과 같은 나의 ‘글첩’, 나는 이런 알림을 꺼두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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