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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봉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어느 대학생의 일상 핸드폰 알람이 울린다. 화면을 보니 8시 40분이다. 9시 수업에 맞춘 알람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부리나케 세수를 하러 침대에서 뛰쳐나와야 했다. 가방에 교과서랑 노트북은 챙겼는지 확인하고, 아침도 가볍게 거르고, 부스스한 머리엔 모자를 눌러 써서 후다닥 학교로 달려가기 바빴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그런 식으로 운동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제는 알람이 울려도 두렵지 않다. 오히려 10분만 더 자기 위해 다시 알람을 맞춘다. 또 알람이 울리면 그제야 느릿느릿 책상 앞에 가서 앉는다. 노트북을 열고 온라인 수업 링크를 클릭한다. 등교 준비 끝이다. 수업에 접속하면 교수님이 출석을 부른다. 내 차례가 다가오면 간단히 답장하여 출석 체크를 한다. 아직 출석하는 틈을 타서 잠시 냉장고 문을 열어본다.. 더보기
우물깨기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우물을 가지고 있다. 우물이란 마치 자기 자신의 한계와 같은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행동할 때가 많다. 우물은 쉽사리 깨지지 않는다. 그리고 인간은 개구리가 아니기에 혼자서 우물 밖으로 나올 수 없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우물이 깨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얼마 전에 과신대 연구모임을 가졌다. 그곳에는 여러 연구자분들이 함께 모여 과학과 신학에 대한 최신의 논의를 다룬다. 나는 그곳에서 조교 역할을 하면서, 잠자코 청강(?)을 한다. 솔직히 여느 스터디나 독서모임 등과 같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싶다. 그런데 무슨 말을 꺼내기가 힘들다. 왜냐하면 그곳에서 진행되는 내용 이해조차도 힘들 때가 많기 때문이다. 어쩔 때는 내가 왜 여기서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지? 라는 .. 더보기
뭔가 다른 인생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그곳에는 하나의 공장과 수많은 노동자가 등장한다. 각각의 사람들은 모두 흑백으로 송출되는데, 얼핏 보면 누가 누군지 구별하기가 힘들다. 무엇보다도 그들에게는 특별하다고 할 수 있는 어떠한 특징이 없다. 단지 누구는 치약 뚜껑을 조립하며, 누구는 포장하는 일만 하루 종일 할 뿐이다. 개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며, 흥미라고는 눈곱만치도 발견하기 힘들다. 나름대로 그들은 삶을 향한 의지로 일을 하고 있었겠지만, 결국 그들의 노동은 소량의 자본으로 대체되어버린다. 통제실에서 CCTV를 이용하여 감시하는 공장장의 계획하에 말이다. 그런데 단 한 사람은 달랐다. 획일화와 단순성이 지배하는 공간 속에서 파괴된 인간성을 회복하려는 그의 모습은 남들과는 달랐다. 그런 채플린의 형..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