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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역 단상

하나님, 사역을 해야 할까요?

 

 

어제는 밤을 훌쩍 넘겨 새벽까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나의 미래를 그려보니 참으로 암담하기가 그지없었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언제까지나 공부만 하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일 것이다. 어느덧 군대도 갔다 오고, 앞으로는 먹고살 것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왔음을 느낀다. 물론 공부로 충분한 밥벌이를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것은 누구의 말 따라 ‘하늘의 별 따기’와 다름없는 와중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소견이다만, 공부 머리도 영 아닌 것 같다.

 

고로 어젯밤은 고뇌의 시간이었다. 목회자로서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를 두고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현재로서 목회자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크지 않다. 이미 과거에 내가 존경했던 여러 사역자가 하릴없이 무너지는 처참한 광경을 보고서는, 목회 사역에 마음이 많이 닫혀버렸다. 한편, 이전에 내가 사역했던 경험으로 비추어보았을 때, 목회 사역과 학업이 과연 충분히 병행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입대하기 전에 사역했을 때에는 매주 설교 쓰랴, 프로그램 준비하랴, 전도하랴, 수련회 기획하랴, 회의 준비하랴... 마땅히 무엇을 해냈다 할만한 공부를 한 기억이 없다. (물론 다양한 강의를 수강 및 청강하면서 학문적 지평을 넓히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한 가지 길을 딱 선택하는 게 옳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요한계시록에서 라오디게아 교회에게 “네가 차든지 뜨겁든지 하라”고 말씀하신 성서 구절과 같이 말이다. 둘 다 집중하기가 힘들다면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것이 낫지 않나 싶다. 그럼에도 내가 머뭇거리는 이유는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기에 그러하겠다. 현재 나는 학부를 졸업할 즈음이라는 시기에 처해 있다. 이미 여러 교수님과 선배들과 상담을 하였지만, 나의 결정이 올바른 것인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이건 마치 내가 고등학생 때 어느 대학을 가야 할지 몰라서 우물쭈물하고 있었던 모습과 비슷하다. 그때도 나는 갈 바를 알지 못했다.

 

따라서 한 가지 안심이 되는 점은 이것이다. 바로 주님께 길을 맡기고자 한다는 사실이다. 무슨 대학원에 가서 어떠한 것을 공부하든, 일단 나의 선택을 하나님께 여쭤보려고 한다. 어떻게 응답하실지는 전혀 모르겠다. 그렇게 어제는 기도를 했다. 도저히 앞으로 어떤 길을 선택하여 걸어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기에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당분간 이러한 기도는 계속 이어질 듯하다. 고교 시절에도 무척 답답했다. 어디를 가야 하나님께 가장 영광이 될지 몹시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침내 선택한 대학교에 진학하여 현재 나는 일말의 후회가 없이 학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여기서 뵈었던 교수님들과 선·후배들, 무엇보다도 학과 동기들은 다른 곳에서는 만나지 못했을 귀하고 소중한 동역자들이다. 이곳에 와서 배우고 얻은 게 참 많다. 그와 같이 현재 나는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지만, 내심 안심이 된다. 이와 같이 기도한 뒤에 선택한 곳이라면, 주님의 은혜가 함께할 것이라고 굳게 믿기에 그러하다.

 

인생에 절대적으로 정해진 길이란 없는 것 같다. 아마도 그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자유의지를 주신 이유가 아닐까 싶다. 로봇과 기계처럼 정해진 루틴으로만 살아가는 게 아니라, 미래를 알지 못하여 때로는 두렵기까지 한 앞날을 살아내는 것. 어쩌면 그것이 그리스도인의 사명인가 생각하여본다. 그러한 와중일지라도 주님을 꼭 붙들고, 그분의 음성에 귀 기울이는 것을 하나님께서 원하시지 않을까? 그렇다면 결과가 어떠하든지 큰 상관이 없을 것만 같다. 이미 삶의 여정 가운데 승리한 것과 다름없기에 말이다. 그리고 주께서 우리에게 가장 원하시는 모습은 바로 그처럼 매 순간 주님께 질문하고 동행하려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어제와 같이 오늘도 또 다시 여쭤볼 것이다. “하나님, 저는 사역을 해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