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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역 단상

첫 사역을 나가다

 

 

     요즘 교회 사역을 하는 것이 정말 나의 사명일까 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한때 나는 어떻게 사역을 시작하였는지 회상해보고 싶다. 갓 입학하여 신학생 1학년이었을 때, 나는 사역을 한시라도 빨리 나가고 싶었다. 목회와 선교 사역을 위해 대학에 입학하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대한 빠르게 사역을 나가서 복음을 전하며 설교하는 것이 내가 가진 간절한 소망이었다. 그래서 나는 1학년 시절부터 교회 사역을 염두에 두고 학교생활을 했다. 신학대학교 특성상, 각종 사역자 훈련 프로그램이나 전도 동아리 등이 많았다. 그러한 모임에 계속 참여하면서 사역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사역자의 자질이나 능력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배웠다. 어린이 사역자 학교, 청소년 사역자 세미나, 전도 폭발 등등 다양한 훈련 모임들은 나의 캠퍼스 생활의 한 축이 되었다.

 

     그렇게 여기저기서 사역 방법을 배우던 중에 2학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학과 동기였던 어떤 형이 나에게 말을 던졌다. “우리 교회에서 같이 사역하는 게 어때?”라고 말이다. 당시에 나는 불러만 준다면 어디든 가려고 했었기 때문에 선뜻 응했다. 그렇게 나의 교회 사역이 시작되었다. 처음 사역을 맡았던 부서는 청소년부였다. 원래는 청소년부가 없었는데, 내가 가게 되면서 새로 청소년부가 세워진 교회였다. 겨울에 교회로 부임하여 1월 1일부터 청소년 예배를 본격적으로 드리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시작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청소년부 첫 예배를 시작할 때 참석한 학생은 단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선생님 3분과 나, 그리고 학생 한 명과 함께 예배를 드렸다. 조금 허탈한 마음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나에게는 도전이 되었다. 한 명으로 시작하였기 때문에 더 밑으로 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명의 학생도 내가 책임져야만 하는 귀중한 학생이었다. 그렇게 나는 스물 한살이라는 나이로 사역지에 처음 발을 디뎠다.

 

     빠르게 달구어진 양은 냄비는 빨리 식는다고 했던가? 그 말은 나에게 적격이었다. 각종 사역자 학교를 통해 훈련을 받고, 전도 동아리에서 한동안 활동했던 경험으로 나는 내가 맡은 사역 부서를 금방이라도 부흥시킬 줄로만 알았다. 교회 근처에서 전도를 하고, 열심히 설교를 전하고, 오랫동안 기도하면 학생들이 쏟아져 온다고 믿었다. 그렇게 나는 교회 사역을 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서 한동안 전도지를 돌렸다. 추운 겨울이었는데 돌아다니려니까 손발이 시렸다. 그런데 그때는 그런 줄도 모르고 여기저기를 쏘다니며 복음을 전하려고 노력하였다. 하지만 결과는? 이미 짐작되었겠지만, 실제로 교회에 출석하게 된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계속 보다 못한 옆에서 사역하던 동기 형이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해주었다. 그것은 바로 ‘과외 전도’였다. 무료로 과외를 한다는 전단지를 붙이고 자연스럽게 과외와 함께 예배로 초청하라는 것이었다. 반신반의하면서 과외 포스터를 만들고 전단지를 길가에 붙였다. 그런데 웬걸? 일주일이 채 지나가기도 전에 여러 사람의 전화가 결려왔다. 대부분 청소년의 학부모님들이 정말로 무료로 과외하는 게 맞냐고 질문했다. 맞다고 하면서 교회에서 진행하니까 어디로 오라고 안내해주었다.

 

 

아마 과외전도보다 치킨전도가 더 맞는 말이었던 듯합니다...^^;

 

 

     그렇게 과외 전도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한 명으로 시작했다. 그 친구에게 영어와 수학을 가르쳐줬다. 가끔씩은 핫도그도 하나씩 사줬다. 그랬더니 그 학생이 친구를 데려와도 되냐고 물어봤다. 물론 된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두 명이 되었다. 새로운 학생이 온 기념으로 핫도그를 하나 더 사 먹으러 나갔다. 그러더니 학생들이 뭔가를 깨달은 듯했다. 바로 새로운 사람을 데려오면 무언가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몇 명 더 오면 치킨을 사줄 수 있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나는 뭐 좋다고 이야기했다. 결국, 다음에는 대여섯 명이 오더니 기어코 치킨을 사 먹게 되었다. 그 학생들이 모두 청소년 예배로 이어져왔는가? 그렇다고 할 수도 없었다. 물론 몇 명은 예배에 참석하였다. 그런데 나와 함께 과외했던 학생들은 잠시라도 가만히 앉아 있기를 힘들어 하는 친구들이었다. 그래서 예배 시간에 떠드는건 기본이고, 때로는 서로 욕하고 싸우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한 광경을 통제해주셨던 선생님들만 무진장 고생을 하셨다. 아마 내 생각엔 그 학생들은 예배에 어떠한 영적인 갈급함 때문에 왔다라기보다는 그냥 핫도그와 치킨을 먹기 위하여 왔던 것 같다. 그렇게 6개월, 1년이 흘렀다.

 

     그러한 나날이 계속되니까 나 또한 조금씩 지쳐갔다. 처음에 가지고 있었던 열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매주 교회로 사역하러 가는 것이 고역이었다. 겉도는 학생들을 통제하고, 예배를 준비하기에도 바쁜데, 자칫 싸움이라도 나면 말리느라 고생하고, 과외는 과외대로 예배는 예배대로 준비하려니까 정신이 없었다. 나중에는 함께 사역했던 동기 형도 다른 사역지로 가게 되어, 어린이부 예배와 청소년부 예배, 그리고 장년 오후예배 찬양 인도까지 함께 맡게 되니까 주일만 되면 나는 녹초가 되는 기분이었다. 실제로 녹초가 되기도 하였고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4학년 1학기를 마친 이후에 나는 군대에 입대하기 위하여 사역했던 교회에서 사임하였다. 그토록 사역하고 싶어 했었던 내가 이제 사임을 하니까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열정과 의지가 과도했던 만큼 지쳤었나 보다.

 

     이와 같은 경험을 통해 나는 한 가지 중요한 점을 배웠다. 그 어떤 일이라고 하더라도 과도하게 무리를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이었다. 차근차근히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늘려나가야 했다. 무턱대고 열심히만 한다고 뭔가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냉철하게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내가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가능한 것부터 쌓아가야 한다. 물론 하나님의 능력을 의지하고 기도하면서 말이다. 그와 더불어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 같은 경우에는 함께 사역했던 신학과 동기 형에게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내 강점은 무엇인지를 들을 수 있었다. 이처럼 사역자는 항상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나 자신이 고집하는 방식과 생각이 전부 올바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때로는 비장의 무기가 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최악의 올무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만약 어떤 후배가 사역을 나간다고 한다면 나는 이러한 것들을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

 

     현재 나는 교회 사역을 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언제 다시 하게 될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은 기도 중에 있다. 정말 사역이 나에게 주어진 사명인지 말이다. 이번에는 좀더 세심하고 면밀하게 사역할지 말지를 결정하고자 한다. 결국, 사람이 아무리 열심히 사역하려고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셔야만 의미 있는 결실이 창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사역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하느냐, 그리고 지혜롭게 맡겨진 사역을 끝까지 지치지 않고 이어나가는 끈기가 있느냐, 컨디션 조절을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가 앞으로 사역하기를 희망하고 있다면, 또 현재 사역을 신나게 하고 있다면, 아니면 혹여나 사역에 지쳐 있다면,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그만큼 충분한 휴식을 가져도 좋다고 말이다. 그런 여유가 우리에게 주어지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