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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엔도 슈사쿠 - 깊은 강 요약 및 서평

 


깊은 강 리뷰

깊은 강은 엔도 슈사쿠의 1993년 마지막 장편소설이다. 이 책은 네 부류의 사람이 삶의 던져지는 의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인도여행을 떠나는 내용이다. 이소베는 암으로 먼저 죽은 아내의 마지막 외침의 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누마다는 자신의 은밀한 비밀을 들어주고 이해해주었던 그리고 마침내 자신을 살리기 위해 죽었던 구관조 새에 대한 자유를 위하여, 기구치는 전쟁의 비참한 현장에서 함께 했던 전우들의 애도를 위하여, 마지막으로 나루세 미쓰코는 영문도 모르는 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과 인도에 있는 오쓰를 만나기 위하여 떠난다.

삶의 황혼기에 맞은 지난 삶에 대한 의미를 던지며 떠난 여행에서 그들은 인도의 가장 비참하고 가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그곳에서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으며 다음 생에는 더 나은 삶으로 환생할 수 있게 하는 갠지스강과 비애와 고통 속에 자녀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생명을 나누어주는 차문다 여신상을 만난다. 인도의 쓰라린 빈부의 격차와 외설적인 분위기와 악취 그리고 찜통의 더위는 오히려 그들의 발목을 잡았다. 갠지스강에 당도한 그들은 여러 가지 충격에 휩싸인다. 낯선 이들에게는 그곳은 시체의 재가 떠다니는 악취와 죽음 현장이지만 인도의 힌두교인들에게 그곳은 몸을 정화하고 윤회 환생으로부터 해탈을 기원하는 장소로 거룩한 곳이다. 삶의 의미를 묻고 슬픔과 공허로 가득 찬 그들에게 그곳은 악취나는 회피의 장소가 아니었으며 오히려 그곳은 삶의 여정을 가능하게 만드는 곳 아니었을까 싶다. 소설은 물론 여행을 통한 심경의 변화들을 잘 담아내고 있지는 않으며 마무리 또한 독자들의 자유로운 상상에 맡기며 오히려 그 여운을 더 진하게 남기는 것 같다.

소설 상당 부분 내용을 차지했던 미쓰코와 오쓰의 이야기에 주목하게 된다. 이 둘은 대학 시절을 함께 보냈었다. 평범했던 그녀는 그 내면의 공허하고 영문을 알 수 없는 파괴적 본성이 존재했다. 반면에 그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가톨릭 문화의 유산을 지닌 내양적인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의 믿음에 대한 신념은 올곧기보다는 반신반의의 상태였다. 그렇기에 이 둘의 만남은 파국으로 치닫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파괴적인 본성으로 그를 유혹했고 그는 자신의 신념을 저버리고 그녀의 품에 안겼다. 목적을 달성한 그녀는 그를 처참하게 버렸다. 그녀는 자신이 승리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믿는 신에 대에 대한 그리고 그의 무모한 신념에 대한 의문을 가진 채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후에 미쓰코는 결혼하게 된다. 그러나 그 결혼생활도 오래가지 못하고 그 내면의 공허감에 다시 사로잡히게 된다. 반면에 오쓰는 불가항력적인 신의 사랑에 다시 이끌리어 결국 신부로서의 삶을 선택한다. 그러나 그의 사상은 유럽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와 반대되어 신부의 자격을 박탈당하고 결국 가장 처참한 인도의 땅으로 향한다. 그는 그 죽음의 강에서 죽음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그들의 삶과 함께한다. 그녀는 그에 대한 의문과 신에 대한 의문을 느낀다. 소설 마지막 결국, 그는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순간을 맞이하며 소설은 마무리된다.

오쓰의 삶은 마치 2천 년 전 예수의 삶을 재현하듯 불가촉천민 중에서도 더욱 가난하고 불쌍한 이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삶을 헌신한다. 타자를 향한 그의 지고지순한 헌신은 나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들의 죽음을 함께 지고 가는 그의 삶은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이는 그의 그러한 삶이 유럽의 사고로부터 배척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필연적으로 맞이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한 독자로서 책을 읽으며 그의 사상까지 옹호할 수는 없었다. 상당한 범신론적 사고와 종교혼합주의 성격이 나타난다. 그의 믿음의 기초는 물론 유일신론적이었을지 몰라도 믿음의 행위는 긍정되기 어렵다. 또한 어떠한 측면에서는 열광주의적 성향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소설을 읽으며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경험했지만 기독교와는 한끝이 다르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삶에 대한 진정성은 긍정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의 한계는 이러한 점에서 분명하지 않나 싶다.

엔도 슈사쿠는 일본 문학의 아버지라고 불릴 만큼 거장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작품에서 가톨릭 문화의 장르가 다소 연출되다 보니 호불호가 갈린다는 입장과 특정 계층에게만 인기를 형성한다는 오해를 가지고 있다. 물론 종교적 색채가 두드러지게 표현되지만 문학적 가치가 미미하다는 비판은 과장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비판하기 전 책을 꼭 정독할 것을 권유한다. 여기에는 삶의 의미와 삶 전체가 담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