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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폴봉의 종교학 뽀개기 ⑤] - 두렵고 황홀한 역사 (바트 어만 지음, 허형은 역, 2020)

- Prologue.

 

   오랜만에 돌아온 폴봉의 종교학 뽀개기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이번에 포스팅할 책은 제 홈그라운드 분야인 신학과 기독교에 관련한 책입니다. 물론 책 안에는 그리스도교 전통 이외에도 신화나 문학, 역사 등 다채로운 자료가 함께 제시됩니다. 그래도 저자가 한때 기독교 신자였으며, 현재는 성서학자이자 기독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저도 반갑게 그의 연구성과를 읽어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본 책은 <갈라파고스>라는 출판사에서 이벤트로 수령한 책임을 미리 밝힙니다. 개인적으로 바트 어만이라는 학자는 들어보기만 했지, 그의 저작을 읽은 적은 처음입니다. 앞으로 그가 저술한 책들을 하나씩 읽어나가면 참 좋겠다 싶습니다. 아무튼, 이제 그럼 책 속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

 

 

이벤트에서 받은 책이랍니다~ 이벤트 내용은 밑에 설명드릴게요.ㅎㅎ

 

Ⅰ. 줄거리 요약

 

      본서는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의 종교학과 교수이자 성서학자인 바트 어만(Bart D. Ehrman)이 저술한 책으로, 지금까지 천국과 지옥 그리고 죽음에 관한 기독교인들의 이해가 어떻게 변화되어왔는지 그 과정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이전에 자신이 으레 생각했던 사후세계에 대한 일반적 통념과 함께 서두를 열어간다. 대개 그리스도인은 천국과 지옥의 존재를 당연하다는 듯이 인정하며, 그것이 오래전부터(심지어는 창세부터) 사실이자 진리로 인식되어왔다고 느낀다. 본서의 저자도 마찬가지였다고 이야기한다. 그가 무디성서학교와 복음주의 대학인 휘튼 칼리지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이와 같은 믿음은 변치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프린스턴신학대학교에 입학한 이후부터는 뭔가 어색한 점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그가 생각했던 진리이자 역사는 보기보다 훨씬 인간적인 면모를 띠었기 때문이다. 프린스턴에서 박사 과정을 하면서 그는 점점 타인에게 들은 말들에 근거를 둔 믿음보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자율적인 사고를 하면서 생각이 변화되었다고 한다. 물론 그가 보수 혹은 진보의 장단점을 논하는 것은 아니다.

 

Bart D. Ehrman (1955~)

 

      이처럼 신학과 신앙,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부터 본서는 서술되었다. 성서학자답게 그는 죽음과 천국, 지옥에 대한 관념의 역사를 파헤쳤으며, 각고의 끝에 정리하고 분석한 자료들을 일목요연하게 나열한다. 본서에는 수많은 예시와 인용이 열거되었지만, 이러한 사례를 관통하는 한 가지의 명제는 바로 다음과 같다.

 

“천국과 지옥에 대한 개념들이 누군가 만들어 낸 것이며 세월이 흐르면서 이렇게 저렇게 변해 왔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1]

 

      그렇다고 해서 바트 어만은 사후세계를 부정하거나, 천국과 지옥의 존재를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것을 신앙하는 그리스도인이 틀렸다고 증명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이와 같은 믿음이 기독교의 표준 교리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변천사를 모색하고 있음에 가까울 뿐이다. 그는 서구 기독교를 지배하고 있는 문화적 관념이 어디에서부터 연유하였는지를 탐색하고자 한다. 이것은 아치 문화 혹은 믿음의 진화 과정과도 비슷하다. 저자는 이러한 연구가 인간에게, 나아가 종교 그리고 기독교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궁극적으로, 그는 본 작업을 통하여 신자들이 천국과 지옥, 죽음을 폭넓게 조망하면서 새로운 확신과 위안을 얻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Heaven and Hell

 

      천국과 지옥을 묘사하는 전통적인 텍스트로는 신약의 외경 중에 하나인 『베드로 묵시록』이 있다. 여기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소재를 사용한 지옥이 드러난다. 본서에는 ‘동해(同害)형법; 복수법’이 적용되는 지옥이라고 표현된다. 즉, 인간이 지은 죄의 값을 그대로 치르는 방식의 지옥이라는 뜻이다. 함무라비법전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방식과 같이 말이다. 가령, 하나님을 모욕한 자는 뜨거운 불에 처하게 되고, 혀로 죄를 범한 자는 혀가 매달려 영원한 고통 속에 처하게 된다. 간음한 사람은 수치와 고통으로 끝없이 형벌을 당한다. 그런데 저자는 이러한 방식의 지옥에 대해 의문을 표명한다. 해당 텍스트에는 현대인이 보기에도 조금 과하다 싶은 죄목도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자와 함께 돈을 빌려준 사람은 오물이 가득 담긴 통에 무릎이 잠긴 채로 영원히 살아야 한다는 등, 부모님의 말씀을 거역한 사람은 마치 프로메테우스처럼 높은 곳에 매달려서 새에게 살을 쪼아 먹힌다는 식으로 말이다. 또한, 주인의 말을 듣지 않는 종(노예)은 혀를 잘근잘근 씹어야만 하는 징벌을 당한다!

 

      이와 같은 내용으로 미루어 보아, 저자는 오늘날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천국과 지옥 개념이 일종의 문화적 산물이 아닌지 의구심을 갖는다. 그러면서 그는 천국, 지옥, 사후세계의 묘사가 가지는 핵심적 기능은 바로 ‘설득’이라고 단언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신앙적인 행동을 유도하기 위하여 설득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것이다. 물론 저자가 어디까지가 역사적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적인 내러티브인지를 확실하게 규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의 추론을 통하여 현대인의 사고방식을 성찰해볼 수 있다. 이는 그동안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히 생각해왔던 전통적 상식이 과연 정말 맞는 것이었는지 재고해야 함을 의미한다. 『베드로 묵시록』 외에도 저자는 『길가메시 서사시』, 『일리아드』, 『오디세이아』, 『아이네이스』, 파이돈』 등의 문헌을 통해 천국과 지옥의 변천 과정을 나타낸다.

 

      책에는 저자가 분석하고 주장하고자 하는 요지와 함께 흥미로운 신화 이야기, 역사적 문헌과 사료 등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그것들을 모두 일일이 나열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하기에, 이 글을 읽는 독자가 관심이 있다면 직접 본서를 읽는 편이 좋겠다. 아마도 천국과 지옥, 그리고 사후세계에 관한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소하는 시간이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엽서도 사은품으로 보내주셨네요...^^;

 

Ⅱ. 본서에 대한 비평

 

      저자가 서문에 솔직한 심경을 밝히면서 연구를 시작한 이유에 관해 이야기할 때 나 또한 충분히 공감이 갔다. 내가 생각해왔던 부분과 정확하게 맥이 상통하였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당연히 옳다고 여겼던 교리와 전통이 신학대학교에 입학한 이후에는 새롭게 다가왔음을 느낀다. 보수가 맞냐, 진보가 맞냐를 논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양자는 각각 나름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을 터이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본서를 저술한 바트 어만에게 존경의 찬사를 보내고 싶다. 그가 수행하고 정리한 연구는 개인의 신앙을 떠나서 종교학적·문화적으로 인류에 상당히 이바지하는 학문적 작업이었음이 틀림없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 그는 특정한 입장을 고수하고 변호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역사와 문헌을 비교하면서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한 것 같다. 우리는 본서에서 그의 꾸밈 없는 신앙고백도 목격할 수 있다.

 

 

종교는 결코 인간과 떼어놓을 수 없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들었던 마음은 어떠한 종교가 형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거기에는 신의 개입보다 인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지 않을까 하는 짐작이었다. 물론 나는 그러한 인간의 사유와 행위까지 어느 정도 신의 섭리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독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는 확실히 인간의 영향을 제외하고 논할 수가 없다. 인간이 신앙하는 종교이기에 인간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령, 예배와 관련한 제의, 기도하는 행위, 무언가를 기념하는 의례, 마음을 통제하려는 시도 등이 모두 인간적인 필요에 의하여 형성되었다고 본다. 신이 명령하였기에 그에 따른 순종이라고만 대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신이 인정하지 않는 종교들에도 위와 같은 행동은 얼마든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인간의 정서와 문화 위에서 새로운 종교 혹은 기존의 종교가 발전되고 변형·반복된다. 나는 본서를 통하여 이 점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

 

      종교인 혹은 나와 같이 종교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언젠가 한 번쯤은 마주할 질문을 던지는 책이었다. 아직 완벽하게 답변할 만큼 지식을 습득하고 인생의 경험이 쌓인 것 같지는 않다만, 본서를 통하여 그 의문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는 있다고 필자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갈라파고스 묘비명 이벤트> 때 필자가 제출했던 작품: "나는 이 묘비로 만들어진 돌보다 가치 있는 삶을 살았는가?" 

 

Ⅲ. 기억에 남았던 한 문장

 

“이렇게 네 개의 사후세계 일화를 살펴보았다. 각각이 독특하지만, 모두 죽음 이후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에게 지금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안내한다는 똑같은 목적성을 띤다.” [2]

 

 

 

<주>

 

[1] 바트 어만, 허형은 역, 『두렵고 황홀한 역사』, (서울: 갈라파고스, 2020), p. 13.

[2] Ibid., p. 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