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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짧은 책을 읽었는데, 영국의 더럼대학교에서 신학과 성경해석을 가르치고 있는
‘월터 모벌리( R.W.L. Moberly)의 발람, 참예언자인가?’라는 책이었다.
이 책에서 모벌리는 우리에게 ‘성경 자체의 아름다움과 성경에 대한 해석의 탁월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4가지의 전제가 있다’고 한다. 그것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첫째, 성경의 세계는 바로 우리의 세계라는 것.
둘째, 성경은 그리스도인들만의 특별한 이야기라는 것.
(물론, 성경은 인간과 하나님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이지만, 그리스도인이 되는 순간 우리의 특별한 이야기가 된다.)
셋째, 진지한 상상력(imaginative seriousness)을 최대한 활용하여 성경 이야기를 읽을 것.
넷째, 성경 이야기들은 실제적이고 기본적이며 반복되는 삶의 문제들을 다룬다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모벌리가 제시한 4가지 중 첫째와 넷째에 집중하고 싶다.
나는 신학생에게 있어서, 철학이든 신학이든 또 성서든 상관없이 책을 읽을 때,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단어가 하나 있다면,
그 단어는 바로 “Sitz im Leben” 이라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이 단어는 독일어로 ‘삶의 자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인데 ,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올바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특정 공동체가 어떤 생활의 상황가운데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 성서에 있어서는 ‘양식비평’ 과 깊은 관련이 있는 말이기도 하다.
내가 매주 설교를 준비하면서 참 안타깝게 느끼는 것이 바로 여기에 있다.
모벌리가 말하는 것처럼 성경이야기들은 실제적이고 기본적이며 반복되는 삶의 문제들을 다루는데,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이 전제를 머리로는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실상은 성경의 이야기가 우리의 삶 속에서 진정 능력으로 발현되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현대인에게 있어서 성경은 성경이고 내 인생은 내 인생이다. 성경인물들의 인생과 내 인생은 절대로 같을 수 없다.
우리는 성경 본문의 관심사를 제대로 간파한다고 자신하지만, 실상은 성경의 관심사를 진부하고 도덕적인 이야기로 축소시킨다. 하지만 분명히 성경의 관심사는 바로 우리의 생사의 문제에 있다.
‘삶의 현실’과 ‘성경’에는 절대로 좁혀지지 않는 ‘보이지 않는 간극’이 존재하는 것 같다.
우리는 이 간극을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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