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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지난 수 세기에 걸쳐 인간은 자유를 향유하기도, 자유를 빼앗겨 구속받기도 하였다. 모든 인간은 자유를 원하지 않는가? 하지만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자유를 향한 인간의 갈망이 본래의 이기적인 욕심으로 인하여 자유를 스스로 반납하기도 하였다는 것이다. 왜 자유를 그토록 염원하는 인간의 본성이 사회 체제 안에서 자유를 포기하게 만드는 것인가? 『자유에서의 도피』라는 책을 저술한 에리히 프롬에 의하면 우리는 이 문제에 관하여 보다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 1900-1980)은 독일 출신의 사회 심리학자, 정신분석 학자이다. 히틀러의 독재체제를 경험한 후 그는 주로 미국에서 활동하였다.

유럽 사회의 인간은 어떻게 자유를 얻었는가? 당시 유럽의 봉건제도의 해방은 16세기에서 18세기를 걸친 종교 개혁 이후였다. 시민이 자유를 획득하기 위한 노력은 수많은 대가를 치르게 만들었다. 일종의 자유를 위한 그들의 투쟁으로 획득된 자유는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로서 이해된 것임이 틀림없다. 인류의 권리로서 쟁취한 자유를 20세기 인간은 왜 그것을 내어던진 것일까?

프롬은 이러한 측면에서 파시즘에 주목한다.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집중하게 된 것이다. 본래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트의 이론에 의하면 사회와 개인은 본질적으로 고정적인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개인은 고정적이지만 사회가 개인의 자연스러운 충동에 더 강한 압력을 행사하거나, 더 많은 만족을 허용할 때에만 개인은 변한다.” 하지만 이 책은 프로이트의 관점과는 대조적으로 개인과 사회의 관계는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는 가정이 이 책의 제시된 분석의 기본 바탕이다. 즉 인간의 성향은 생물학적으로 주어진 본성이 아니라 인간을 만들어내는 사회 과정의 결과다. 즉 인류의 부단한 노력이 낳은 창조적 결과물이 인간이다. 프로이트는 역사를 원래 사회적 제약을 받지 않는 심리적 ‘힘’들의 결과로 해석했지만, 프롬은 거기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인간의 본성은 역사적 진화의 산물이지만, 어떤 고유한 메커니즘과 법칙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발견해내는 일이 심리학의 과제라고 보았다. 중요한 점은 인간은 자유를 획득할수록 자신과 세계를 결합시키고 자유와 개체적 자아의 본래 모습을 파괴하여 일종의 안전보장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사건으로서의 파시즘으로 돌아가서, 파시즘의 전체주의에 대한 인간의 자유에서의 도피는 권위에 맹종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만들었다. 왜 그러한 것인가? 프롬의 정리에 따르면 “자유에는 견디기 어려운 고독과 통렬한 책임이 따른다.” 자유는 책임을 수반하며, 수반된 책임은 인간을 짓누르는 고통의 길로 인도한다. 그러므로 인간은 비싼 값을 치르고 손에 넣은 자유를 포기하고 나치의 전체주의를 선택했다. 여기서 특별히 주목할 점은 이를 지지하는 세력이 소수의 독재자에 의해서 단행된 것이 아니라 그 중심에는 하층 및 중산 계급에 있었다는 점이다. 그들의 성향을 프롬은 ‘권위주의적 성격’이라 정의내렸다. 이는 스스로 권위에 굴복하고 싶어 하고 동시에 다른 사람을 복종시키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즉 권위주의적 성격이 파시즘의 전체주의의 기반이 된다는 것이다.

자유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권위에 굴복하는 개인과 사회가 만들어낸 것이 바로 히틀러와 세계대전이다. 역사를 통해 자유에 대한 책임감과 이러한 점에서 자유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자유를 추구하는 것을 단념하고 전체주의의 어리석음으로 빠져드는 것을 탈피하는 일은 보다 나은 인간과 사회의 권리를 실현하는 일이지 않겠는가? 지속적인 자유에 대한 갈망과 이에 따른 올바른 책임의식이 우리 사회와 개인에게 달려있다. 현대의 사회 구조와 정책, 경제와 문화에 대해 의심하는 사고를 저버리고 맹신하는 태도로부터 대면하는 용기와 모든 수직적인 관계로부터 벗어나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는 태도가 우리 모두에게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사로잡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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