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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폴봉의 종교학 뽀개기 ②] - 현대 종교학과 사회 과학 (F. 훼일링 지음, 2000)

- Prologue.

 

폴봉의 종교학 뽀개기 두 번째 책을 서평합니다. 이번에 포스팅하는 책은 <현대 종교학과 사회 과학>이라는 책인데요. 본문에서도 이야기하겠지만, 이 책은 종교학과 사회 과학의 관계를 중심으로 연구 동향이나 연구 주제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앞서 게시한 1편도 대학교 과제를 올렸는데, 2편도 어떻게 과제물을 편집해서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럴싸한 서평 한 편을 쓰는 일은 참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ㅠ 여러 책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굳이 이 책을 선정하여 독서보고서를 쓴 이유는 자못 명백했습니다. 앞으로 제가 하고자 하는 연구가 종교학과 사회 과학을 접목하는 성격의 연구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지금은 아직 종교학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는 학부생 나부랭이(?)이지만, 계속 관심과 학문의 지평을 넓혀 나가야겠다고 다짐하며 본 글을 포스팅합니다. 재미있게 봐주십시오! ㅎㅎ

 

 

두 번째 책입니다. 앞으로 계속 이어갈 수 있길..^^

 

Ⅰ. 이 책은 어떠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가?

 

     본 책은 현대의 사회과학 내에서 다루어지는 종교 관련 연구를 소개하는 책이다. 사회과학에 속하는 하위 학문으로는 심리학, 사회학, 그리고 인류학을 채택하여 종교를 조명하였다.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장은 서로 다른 저자가 서술하였다. 1장인 서론에는 책에 관한 간략한 소개와 더불어 현재까지의 사회과학적 종교연구를 개괄한다. 2장은 종교에 대한 심리학적인 접근을 다루며, 3장과 4장은 사회학적 접근을 논한다. 5장은 사회인류학적 관점에서, 6장과 7장은 문화인류학의 관점에서 종교를 이야기한다. 내용의 논리적 구성은 각 주제에 관한 여러 소논문을 엮은 형식이었다.

 

     우선 종교심리학은 19세기 후반의 자유주의 신학과 신생 학문으로 독립한 경험 심리학의 영향을 받으며 태동하였다. 미국은 종교심리학의 발생지로 간주되고 있으며, 개신교 배경을 가진 심리학자들에 의하여 종교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독일에서는 개신교 신학자나 종교사학자들로부터 종교심리학 연구가 진행되었다. 프랑스에서는 종교적 배경이 없었던 정신병리학자들이 주도적으로 연구를 단행하였으나, 오늘날에는 가톨릭계의 심리학자들이 대부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종교심리학의 목적은 대개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종교 교육과 목회적 관심을 위한 연구이며, 또 다른 하나는 설명적 측면이 강조된 종교인의 경험과 행위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추론하려는 성격의 연구이다.

 

결국 종교학 역시 인간과 사회를 탐구하는 학문이겠습니다.

 

     사회학적 종교연구도 크게 미국, 프랑스, 영국 이렇게 세 나라를 중심으로 다루어졌다. 먼저 미국의 사회학자들은 계량화 작업에 능숙하며 대규모 사회조사 방법을 전통적으로 활발하게 사용하였다. 반면, 영국의 사회학자들은 북미 사회학자들의 거시적 접근과는 대조적으로 소규모의 종파 집단 연구에 초점을 맞춘다. 영국 사회학은 사회를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미시적인 연구 경향을 보인다. 한편, 프랑스의 연구자들은 대규모의 인구통계학적 연구를 수년 간에 걸쳐 엄격하게 분석하는 장기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한다. 이러한 사회학적 접근 방식의 차이는 종교를 연구할 때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한편, 종교사회학은 크게 종교적 사회학(religious sociology)와 종교사회학(sociology of religion)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전자는 교회적·신학적 관심과 밀접하게 연관된 연구이며, 후자는 다른 사회학자들의 검증과 넓은 사회학적 이론 내에서 종교가 지니는 중요성을 논하는 연구이다.

 

     인류학적 종교연구는 종교에 대한 설명보다는 사회를 설명하는 과정 중에서 종교의 역할을 조명하는 데에 관심이 있다. 오늘날의 인류학자들은 종교에 대한 거대 이론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개별 사회에 한정된 특정한 모델들만이 연구되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인류학에서의 종교연구 경향은 포괄적인 이론의 발전보다는 개별적인 연구 주제의 다양성에 더 초점이 맞추어졌다. 인류학 연구 또한 크게 세 나라에서 주도적으로 진행되었다. 미국, 영국, 그리고 프랑스이다. 미국의 인류학은 문화를 강조하며, 영국의 인류학은 사회를 강조한다. 프랑스의 인류학은 구조적이며 총체적인 연구를 강조하였다. 물론 이외에도 독일의 박물관형 민족지학, 소련의 마르크스주의적 인류학 등이 있다. 이러한 관점은 마찬가지로 인류학적 종교연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Ⅱ. 본서에 대한 필자의 비평

 

     일단 책의 제목이 ‘현대 종교학과 사회과학’인 만큼, 여러 사회과학적 관점으로 종교연구를 소개하고 있다. 심리학, 사회학, 사회인류학, 그리고 문화인류학의 눈으로 각각 나름대로 일목요연하게 최근의 연구 동향을 소개하였다. 이와 같은 연구는 흔히 ‘환원주의적 연구(reductionism)’로 분류된다. 즉, 종교의 기능과 본질을 사회적 요소로 환원시켜 설명하려는 성격이 강한 연구인데, 그러한 특징과 예시를 적절하게 나타낸 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다만, 책이 집필된 시기가 현재를 기준으로 약 45년 전이었기 때문에 ‘인지종교학’ 등과 같은 현대의 프론티어(frontier) 종교연구 영역을 다루지 못하였음이 약간 아쉬움으로 남았다.

 

     사회학적 종교연구의 부분에서는 사회학의 ‘성삼위’ 학자들이 거론되었다. 바로 마르크스, 베버, 뒤르켐이다. 본 책의 저자는 그들이 사회적 요소로서의 종교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명료하게 표현한다. 마르크스는 종교를 ‘사회적 연막’으로, 베버는 ‘시동 모터’로, 뒤르켐은 ‘사회적 접착제’로 이야기한다. 각 학자의 생애와 주요 이론을 미리 정리해놓는다면, 시대적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책의 내용이 전개되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Marx Weber (1864~1920)

 

     「사회학적 접근 1」 파트를 집필한 마이클 힐(Micheal Hill)은 베버의 종교연구를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개신교 윤리는 종교적 이익을 추구하는 신봉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형태의 기업가적 자본주의로 나아가는 데에 박차를 가하였다. 대중의 관념이 물질적 이익과 궁극적으로 일치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내 폐기될 것”이라고 말이다. 물론 이와 같은 분석이 나름의 일리가 있겠지만, 본인은 예외적 사례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논리적으로 빈약한 진술이라고 생각하였다. 개신교를 포함한 종교인 중에서는 종종 경제적 이익과는 상관없는 비합리적인 선택과 결정을 내린 이들이 등장해왔기 때문이다.

 

     책에서 ‘마르크스의 종교 이해’를 뒤집어 본다면 기능론적 연구에 속할 수도 있다고 언급된 점은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주었다. 마르크스가 거론한 종교의 역할 중에서 ‘사회적 안정감 부여’, ‘환상 및 황홀경의 감정 제공’ 등은 비록 종교가 궁극적으로는 제거되어야 할 사회적 산물이지만, 개인에게 일정한 순기능적인 측면을 제공해주기도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본인은 다음과 같은 사고실험을 해보았다. 현대에 제기되는 갈등론적 종교연구에 관한 현상들 – 종교 분쟁, 종교의 역기능, 종교인의 갈등, 종교 내 사회 구조적 문제 등 –을 뒤르켐의 기능론적 시각으로 조명한다면 어떠할지 말이다. 갈등도 일종의 ‘기능’으로서 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 종교연구가 후속적으로 진행될 필요성을 느꼈다.

 

 

과연 그러한 연구가 가능할까요?

 

Ⅲ. 기억에 남는 한 문장

 

현상학자들이 판단 중지(epoché)라고 부르는 태도이다. 종교적·문화적 자민족 중심주의가 지닌 국지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감정 이입(Einfühlung)이라고 하는 현상학의 두 번째 범주가 .”[1]

 

     종교학 연구를 위해서는 두 가지 태도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 첫째는 ‘판단 중지’다. 종교학자는 객관적 태도와 중립적 입장을 갖춘 뒤에야 비로소 유의미한 학문적 성과를 이루어낼 수 있다. 애초에 종교학은 특정한 종교를 변증하거나 비판하려는 목적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앞으로 종교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본인에게 학문적 정직함을 촉구하는 용어로 다가왔다. 한편, ‘감정 이입’이라는 요소가 필요함도 상기하였다.

 

     캔트웰 스미스가 지적하였듯이, 어떠한 종교적 진술이 그것을 언급하는 사람의 삶 속에서 의미 있게 수용되지 않으면, 그 진술은 참으로 볼 수 없다.[2] 따라서 종교학자는 객관적 태도를 취함과 동시에, 자신이 연구하고자 하는 종교인의 감정을 전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두 가지 태도를 고루 갖추도록 노력하는 종교 연구자가 될 것을 다짐하면서, 본인은 위의 문장을 주저 없이 선택하였다.

 

 

 

<주>

[1] F. 훼일링 외 7, 이용범, 이진구 역, 현대 종교학과 사회과학, (서울: 서광사, 2000), p. 36.

[2] Ibid., p. 82.

 

 

 

 

*본 서평은 2020년 1학기 신학부 전공과목인 <종교학개론>

수업 출한 독서보고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