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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다

렙- 쇼메아 (듣는 마음)

렙-쇼메아 (듣는 마음 )

#1

“누가 주의 이 많은 백성을 재판할 수 있사오리까 듣는 마음을 종에게
주사 주의 백성을 재판하여 선악을 분별하게 하옵소서”- 열왕기상 3장 9절-




위 구절은 솔로몬이 일천번제를 드린 후 하나님께서 ‘내가 네게 무엇을 줄까’라고 말씀하신 것에 대한 솔로몬의 대답이다.
그가 통치하던 시대는 물론이고 오늘날에도 대표적인 지혜의 왕이라 불리는 솔로몬이
하나님께 구한 것은 바로 히브리어로 ‘렙-쇼메아’(לב-שמע)라고 불리는 듣는 마음이었다.




#2

2020.10.1. 목요일 오후 6시경, 가족과 함께 걸으면서




사람들은 참 희한하다.

똑같은 장소에 머물러, 같은 시간에 같은 사건을 보더라도
‘나와 너’는
완전히 다른 것을 보고
완전히 다른 것을 느끼는 경우가 다반사다.

물론, 하나님께서 우리 각 사람을 제 각기 다르게 만드셨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다양하게 행동하고 각자의 길을 걸어갈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로인해 우리의 관계가 마틴 부버가 말하는 것처럼
나와 그것’의 관계가 되는 것도 참 흔한 일이다.


공부 시키려는 엄마
피아노를 안치겠다는 아이

핸드폰 좀 그만하라는 엄마
나 그렇게 많이 핸드폰 안했다고 주장하는 아이

엄마의 역할은
아이가 하고싶은 걸 못하게 해야하고,
아이가 안하고 싶은 걸 하도록 만들어야하는 아이러니함을 품고 있다..

엄마는
내 아이가 사회생활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갖추고,
다른 사람들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가지면서 좋은 성품을 가졌으면 좋겠다.

아니 궁극적으로 나보다는 더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이것 저것 시도해본다.


#3

그런데 나를 포함해서 우리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은
웬만해서는 그 요구에 응답하기가 이상하게 참 어렵다는 사실이다.

요즘 읽었던 글에 이런 말이 있었다.

“아이들과 오래 일 한 경험상
분명히 하는 건
말 안듣는 아이들이
엄마를 안 좋아했던 경우가 많았다
자기 엄마 안 사랑하는 아이들은 세상에 없을거다.
그런데 자기 엄마를 안좋아하는 아이들은 있다는 거다”



내게 있어서 이 말은 조금 충격으로 다가왔다.
엄마한테 부당하게 맞은 적도 있고, 때때로 서운한 적도 있었지만
나는 늘 엄마가 좋았고, 그 품 속에서 행복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있다는 거다.
그러면서 한가지 이야기를 남겼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내가 좋아하는 사람 말 듣는 건 중력의 법칙 같은 과학이다.”

나는 이 말에 요즘 너무 많은 공감을 한다. 또 그런 경우를 내 주변에서 종종 보았다.

#4

아이들에게는 그저 선생님이 좋으면
아이들이 하는 활동이 재밌는지 아닌지는 이차적인 것이 아닌가싶다.
아이들은 그냥
선생님이 너무 좋고
선생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좋을 뿐이다.

그런데 사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든다.
우리들, 사람들은 다 그렇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순전히 네가 더 성장했으면 하는 선한 마음으로,
좋은 제자훈련, 좋은 교육을 가져와도

마틴 부터가 말하는 것처럼
‘나와 너’의 관계가 먼저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타깝게도 첫 단추부터 어긋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사역자에게 어떤 책임이 있을까 생각해봤다.

아이들에게는 아이에게 맞는 ‘듣는 마음’으로 , 그런 방법으로
교회의 수많은 다른 공동체에는 그 공동체에 맞는 ‘듣는 마음’으로
그들에게 먼저 나를 좋아하게 해야 할 책임이 있지 않을까 싶다.
먼저 이렇게 하고나서 그 뒤에 교육이 따라야한다.

돌아보면,
나도 내가 먼저 하나님을 사랑하기 전에는,
아니 하나님께서 먼저 나를 사랑하사기 전에는
내 의지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 기도를 했던 기억이 거의...없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그냥 저 사람이 좋아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다.

솔로몬이 하나님께 구했던 그 ‘듣는 마음’ 도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했다.
솔로몬이 구했던 그 마음은 ‘우리 각 사람의 마음을 듣는 마음’임과 동시의 ‘하나님의 마음’을 구하는 마음이다.

당신이 그를 더 많이 좋아했으면 좋겠다.
그분께서 우리 각 사람을 더 많이 사랑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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