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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





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

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
오직 사랑만을 위해 사랑해주세요
그녀의 미소 때문에.. 그녀의 모습.. 그녀의.. 부드러운 말씨..
그리고 내 맘에 꼭 들고 힘들 때 편안함을 주는 그녀의 생각 때문에
'그녀를 사랑해'라고 말하지 마세요

사랑하는 이여, 이런 것들은 그 자체로나 당신 마음에 들기 위해 변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렇게 얻은 사랑은 그렇게 잃을 수도 있는 법.
내 뺨에 흐르는 눈물 닦아 주고픈 연민 때문에 사랑하지도 말아주세요.
당신의 위안 오래 받으면 눈물을 잊어버리고, 그러면 당신 사랑도 떠나갈 테죠.

오직 사랑만을 위해 사랑해주세요
사랑의 영원함으로 당신 사랑 오래오래 지나도록


이것은 엘리자베스 바렛의 작품입니다. 그녀는 1806년에 태어나 1861년 죽은 시인입니다. 바렛의 집안은 부유했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뛰어난 문학적인 재능을 가졌습니다. 그녀의 부친은 그녀의 재능을 일찍이 눈치채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열네 살 되던 해 말에 안장을 얹다가 척추를 다치고, 몇 년 후 가슴에 동맹이 터져서 고질적인 감기에 시달리는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게 됩니다. 게다가 그녀가 25살 되던 해에는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파산에 이르게 됩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바렛은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젊은 시인으로 알려졌고, 건강상 런던을 떠나 남부 시골로 남동생의 간병을 받으며 이사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의도치 않은 남동생의 익사 사건이 터지면서 바렛은 일생의 죄책감에 시달리고 몸과 마음은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졌습니다.


몸과 영혼이 쇠약해진 바렛이 마흔 살 가까이 되던 당시 나타난 인물이 바로 무명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이였습니다. 그는 바렛보다 여섯 살 연하였고 용모가 뛰어났으며 적극적인 사교성을 지닌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바렛을 사랑하였고 결국 바렛을 향한 브라우닝의 열렬한 구애를 통해 결혼에 성공하게 됩니다. 병약한 바렛은 그를 만나면서 변화하였고, 작품 활동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의 인권 운동에 참여하기도 하였으며, 마침내 1849년 아들을 순산하게 됩니다. 그렇게 15년간 행복한 결혼생활을 마감하고 그녀는 자신의 남편의 눈 앞에서 아름답게 생을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시는 애절하다 못해 가슴을 도려내는 듯합니다. 조건 없이 사랑할 수 있던 지난날의 순수했던 우리의 감정들은 어디로 갔는지 그 잠적을 감췄습니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사랑에 조건이 붙었는지.. 조건적인 사랑은 항상 상대적이기에 언제든 변할 수 있고 떠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를 항상 상기할 때 진정한 사랑에 빛을 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오직 사랑만을 위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순수함과 열정이 오래오래 강인한 힘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 사랑이 떠나지 않도록 더욱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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