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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신앙 이야기

미쁘다 이 말이여!

 

     모태신앙으로 태어난 나는 어렸을 적부터 교회를 다녔다. 할머니와 함께 손을 잡고 교회에 갔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초등학생 때에는 주로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교회를 다녔다. 물론 그때에는 누구나 그랬듯이 교회에 가고 싶지 않을 때가 더 많았다. 모처럼 쉬는 휴일이며, 토요일 밤에는 늦게까지 잠자지 않고 깨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교회에 빠질까?’를 ‘교회에 가고 싶다’ 보다 더욱 많이 생각한 때였다.

 

     많이 내성적이었던 나는 교회에서 예배 시간 이외에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주일학교 선생님이 하자고 하시는 대로 아무 말 없이 따랐다. 교회에서는 누군가가 말을 하게 하는 일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단지 찬양 시간에 찬양하고, 기도 시간에는 기도하며, 설교 시간에는 그저 듣기만 하면 되었다. 친한 친구가 같이 다니는 것도 아니어서 주로 혼자 있다가 집에 오곤 했다. 그리고 수련회! 정말 가기 싫었다. 주일에는 한 시간만 왔다 가면 되었는데, 수련회는 어떤가? 최소 1박 2일, 많으면 3박 4일을 계속 교회에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수련회는 주일에 교회 10번, 20번 가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초등학생 때 나는 수련회 가지 않겠다고 떼를 많이 썼다. 또, 실제로 가지 않기도 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내가 하나님을 처음 실존적으로 만났다고 할 수 있는 곳은 바로 수련회이다. 여름 수련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4학년쯤 되었을 무렵이었다. 수련회에서 늘 하듯이 기도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간 내가 지었던 죄들이 마구 생각나는 게 아닌가? 뜨거운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고, 이렇게 신앙생활을 해서는 안 된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예수그리스도가 실제로 살아계신 분이라는 사실이 믿어졌다. 그렇게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교회 땡땡이치기를 중단할 수 있었다. 이제는 그래도 군말 없이 교회에 갔다.

 

 

     물론 하나님을 만났던 것 같은 경험을 한 이후에도 억지로 교회에 갈 때가 있었다. 바로 어머니가 함께 예배에 가자고 말씀하실 때였다. 그러니까 주일 예배가 아닌, 수요 예배나 금요 철야 예배, 새벽 기도회 등 말이다. 아니, 일주일에 교회를 한 번 가면 됐지 또 가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자주 어머니를 따라 교회에 갔다. 비록 교회 가는 건 귀찮기도 했지만, 가서 예배를 드리면 마음이 평안해짐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머니를 따라 일주일에 2~3번씩 교회에 가곤 했다.

 

 

     참 신기한 점은 무언가를 계속하다 보면 사람의 마음이 어느 순간에는 변화한다는 것이다. 원래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갔던 예배였지만, 중학생 정도 되니까 이젠 나 자신이 가야겠다는 생각과 결심이 들었다. 혼자서 새벽기도회에 나가기도 하였고, 예배가 없는 날이면 새벽에 교회 기도실에 들어가 기도하곤 했다. 방학이 되어 학교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면, 성경을 읽기도 했다. 내게 와닿는 말씀을 노트에 적어가면서 하루에 두 시간 정도씩 성경을 읽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의 중학생 시절이 흘렀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인 중3 겨울방학 때에는 내 인생에 있어서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그때는 특별새벽기도회 기간이었다.매일 새벽기도회에 나가면서 일정 분량의 성경을 읽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나의 눈에 확 들어온 성경 구절이 보였다. 그 말씀을 읽으니까 무언가 뜨거운 소망이 생겼다. 앞으로 나의 인생을 던져도 좋을 만큼 가치 있는 일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때 내가 읽었던 성경 구절은 바로 다음과 같았다.

 

“미쁘다 이 말이여, 곧 사람이 감독의 직분을 얻으려 함은 선한 일을 사모하는 것이라 함이로다” (디모데전서 3:1)

 

     사람은 평생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치르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먹고 마실 것을 얻는 법이다. 만약 내가 어떠한 일을 해야 한다면 무슨 일을 해야 할까? 당시 나에게 들었던 생각은 ‘선한 일’을 하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도 이전처럼 똑같이 생각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때 내 마음으로는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선한 일을 하면서 평생 살아가고 싶다고 느꼈다. 그리고 결심하였다. 바로 목회자가 되기로 말이다. 한때는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었다. 어떻게 내가 목사가 되겠다고 하다니……. 역시 사람의 일은 모르는 법인 듯싶다.

 

 

     목회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님께 내 생각을 말씀드렸다. 그동안 어머니는 열심히 교회에 가시고, 아버지는 주일에만 간간이 출석하셨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가 거세게 반대하실 것이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정작 이야기를 꺼내니까 아버지는 잠시 생각하시더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원하는 일이라면 찬성하신다는 의미였다. 그러한 답변을 하실 줄은 몰랐는데 나로서는 참 놀라웠다. 오히려 이번에는 어머니께서 강하게 반대하셨다. 차라리 평신도로 살면서 교회 봉사를 마음껏 하는 게 어떻냐는 말씀과 함께 말이다. 그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를 교회로 가장 많이 데려가신 분이 어머니인데 왜 반대를 하시는 건지 잘 몰랐다. 나중에서야 수긍이 갔다. 아마도 어머니께서는 목회자들이 겪는 시련과 고충을 알고 계셨기에 그러하셨던 것 같다.

 

     나도 고집이 조금 있는 편이었으므로, 결국 나는 목회자가 되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리고 신학과에 지원하였고 신학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렇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항상 무언가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성경 말씀이 나를 인도했다는 생각이 든다. 목회자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도, 대학을 선택할 때에도 말이다. 물론 수련회에서 하나님을 만났을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현재까지 내가 하나님을 신앙하고 있는 것도 성경 말씀 덕분이 아닐까 한다. 또, 앞으로도 새로운 일을 계획하거나 준비할 때 말씀은 하나의 이정표가 되어주리라고 본다. 말씀으로 나를 인도하실 하나님을 신뢰하며 살아가고 싶다. 여러분도 그러한다면 좋겠다.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로 거룩하여짐이라” (디모데후서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