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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신앙 이야기

가장 확실한 기도란 행동하는 기도다

 

     내가 목회자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시기는 바야흐로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였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그때 새벽기도회를 나가고 성경을 읽으면서 목회자가 되기로 마음을 굳혔다. 고등학교 입학을 바로 앞둔 상태였으므로, 나의 관심사는 자연스럽게 대학 진학이 되었다. 대학교의 종류와 수가 엄청 많아서 어떤 대학교에 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고교 시절 3년 내내 어느 대학에 갈지를 두고 기도했다. 내게 가장 적합한 대학교와 학과에 진학할 수 있도록 말이다.

 

     물론 교회에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일도 했지만, 그만큼 나는 현실 속에서도 생각하고 찾아보려고 애썼던 것 같다. 일단 책을 읽었다. 앞으로 내가 본보기로 삼고 싶은 목회자, 선교사들의 책을 주로 읽었다. 그들이 삶에서 걸어온 행적들을 보면서 나 역시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감을 잡았다. 보통 책 표지 앞에는 작가 소개란이 있다. 그것을 보면서도 무슨 대학에 많이들 갔으며, 어떤 것을 전공하였는지 유심히 살폈다.

 

     책을 읽으면서 같이 했던 노력은 주변 사람들의 말을 최대한 많이 듣는 것이었다. 주위에서 만날 수 있는 목회자와, 때때로 부흥회나 집회에 초청되는 선교사나 강사들에게 직접 찾아가서 질문했다. 어떤 걸 공부하면 좋을지, 무엇을 준비하면 되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여러 사람의 말을 들어보는 건 나의 시각의 폭을 충분히 넓혀주었다. 또한,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사람들의 조언이었기에 실제적이고 유용하였다. 물어보러 가기까지는 조금 망설여지기도 하고, 괜한 시간을 빼앗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하지만 정말 물어보러 가보면 오히려 그분들이 좋아하고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주려는 경우가 많았다. 이 지면을 빌려서나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고등학생 때에는 훗날 내가 진학하고 싶은 대학교의 정보를 최대한 많이 찾아두는 것을 추천한다. 막상 고등학생이었을 때는 ‘어떻게 내가 그 많은 대학교에 대해 잘 알 수 있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나 역시 그러했다. 하지만 차근차근히 준비한다면 얼마든지 찾을 수가 있다. 하나의 예로는 ‘대학 탐방 프로그램’이 있다. 주로 고2~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집했는데, 공부할 시간이 아깝다고 바로 외면하지는 말자. 나는 S대학의 기독교학과 대학 탐방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해본 적이 있다. 그때 해당 학과 선배들이 대학교를 소개해주었고, 교수님의 학과 소개 설명도 들을 수가 있었다. 프로그램에서는 ‘모의 면접’도 진행되었다. 실제로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 면접하는 것과 같이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었는데 이는 나중에 큰 도움이 되었다.

 

     목회자를 희망하면서 동시에 나는 신학을 전공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주위에서는 신학대학원에 가서도 얼마든지 신학을 공부할 수 있으니까, 학부는 다른 학과를 전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때 나는 한 가지에 꽂히면 그것만 파는 성격이었던지라, 신학 외에는 다른 것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신학을 전공하기로 마음을 먹고 대학교를 골라보려는데, 너무 많았다! 대한민국에 신학과를 운영하는 학교만 거의 30~40개 정도가 되었다. 너무 많아서 이 대학들을 다 찾아보기는 무리이겠다 싶어서, 내가 가고 싶은 학교들을 몇 개로 추려보았다. 그중에서 어디를 선택할지도 고민이었다.

 

     학교를 놓고 기도하던 중에 갑자기 이러한 생각이 떠올랐다. 정말 내가 그 학교에 가도 될지 미리 한번 확인해보자는 방법이었다. 비록 고등학생이지만, 대학 수업이라고 못 들을 건 없지 않는가? 당시에 내가 가고자 했던 1순위의 학교는 Y대학의 신학과였다. 그 대학을 두고서는 여러 사람이 다르게 이야기했다. 누구는 좋은 학교라고 말해주는가 하면, 누구는 사탄의 신학(?)을 가르친다고도 목청을 높였다. 그때는 아쉽게도 신학책을 별로 읽어본 적이 없었던 터라, 뭐가 맞는지 잘 몰랐다. 그래서 직접 가보기로 했다. 그만큼 궁금하고 절실했기 때문이다.

 

남들 다 수능공부할 때, 저는 혼자 고속버스 타고 여유를 즐기다 왔던 기억이..^^;

 

     수시 전형을 앞둔 시기에 담임 선생님께 찾아가서 현장 체험 학습을 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이유를 물어보셔서, 대학교의 수업을 직접 한번 들어봐야겠다고 답변드렸다. 선생님은 웃으면서 그럼 미리 어떤 교수의 어느 수업을 들을 건지 시간표를 짜오라고 하셨다. 그러면 허락하겠다고 이야기하셨다. 그날 바로 대학교에 전화해서 신학과 사무실과 교수 연구실 전화번호를 받았다. 교수님들이 바쁘셔서 그런지 전화 연결이 잘되지 않았다. 그렇게 한 열 곳 정도 연락했을까, 한 교수님께서 전화를 받으셨다. 수업을 청강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리니까 얼마든지 와도 좋다고 하셨다. 마침내, 나는 현장 체험을 내고 하루 동안 대학 캠퍼스를 누비면서 학교 채플, 대학 수업을 듣고, 학식까지 먹으면서 1일 대학생 체험을 하고 돌아왔다.

 

     그러나 결국 그 대학에는 원서를 쓰지 않았다. 솔직히 고등학교 3년 내내 준비하기도 했고, 내신 성적과 자기소개서, 학업 계획서, 심지어 추천서까지 모두 받아 놓은 상태였는데 말이다. 내가 그 학교에는 원서를 접수하지 않겠다고 담임 선생님께 말씀드리자, 선생님은 그냥 지원만이라도 해보면 안 되겠냐고 이야기하셨다. 하지만 당시 나는 가지 않을 것이 확고하였으므로 괜한 원서비를 낭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선생님께서는 상당히 어이가 없으셨을 것이다. 그래도 별수 없었다. 결정적으로 내가 그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 신학 전공 수업을 듣는데, 교수님께서 철학 관련 내용만 설명하셨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은 그러한 지식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때는 ‘뭐 이런 수업이 다 있어?’라며 안 가는 게 낫겠다고 판단하였다.

 

 

     그렇다고 나의 선택에 후회한다는 건 아니다. 당시의 나로서는 그것이 아마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현재 재학하는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음이 행복하다. 좋은 교수님들과 멋진 학우들과 함께 말이다. 그래서 이러한 글도 같이 기획하며 쓰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데 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앞으로 무엇을 선택할지 몰라서 기도 중이라면, 확실한 길을 알고 싶다면,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만큼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가장 확실한 기도란 ‘행동하는 기도’라고 믿는다. 기도했던 만큼, 그것에 대해 알아보고 찾아보고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그러할 때에 비로소 기도는 응답될 것이다. 또, 그걸 하나님께서 원하시리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많이 산 것은 아니지만, 살아가면서 우리는 다양한 선택과 결정의 순간을 직면한다. 그때마다 나와 여러분이 함께 기도했으면 좋겠다. 당연히 특정한 장소에서 시간을 내어 기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와 동시에 발을 움직이며 행동으로, 실천으로 기도하는 것 또한 잊지 말자. 이 두 가지를 모두 행함으로써 언젠가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에 응답하셨다고 확신 있게 고백할 날이 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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