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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생이 던지는 조언

너 하고 싶은 대로 공부하며 살아!

@University of Cambridge

 

     만약 내가 신학대학에 입학할 즈음으로 되돌아간다면 무엇을 할까? 솔직히 나는 지금으로서 후회하는 일이 거의 없다. 왜냐하면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마음껏, 충분히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개중에서 ‘이랬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했던 점을 한번 이야기해보고 싶다. 그렇다고 나의 조언(이 책의 전체적인 조언을 포함하여)이 불변하는 진리(?)는 아니므로, 받아들일 만한 것들만 선택하여 취하면 좋겠다.

 

     일단 신학대학에 1학년으로 입학하면, ‘교양 과목 강의’를 듣게 될 것이다. 아마 이는 전국의 모든 대학이 비슷하리라고 생각한다. 대개 1학년 때는 교양 강좌를 수강하고 2학년 때부터 전공과목을 학습하기 시작한다. 물론 이러한 커리큘럼을 따라가는 것이 정석이지만, 나는 조금 다른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그것은 바로 학과 전공/교양 과목을 따지지 않고, ‘자신이 가장 들어보고 싶은, 재미있어 보이는 과목’을 신청하는 것이다. 그게 2학년 과목이든, 4학년 과목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내가 이렇게 추천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신학이라는 전공 특성상 ‘선행과목’이라는 개념이 사실 없다. 당연히 ‘고전어 강독’이나 ‘고급 독일어’, 뭐 이런 과목이라면 당연히 기초 강좌를 들은 이후에 수강하면 된다. 이외에는 솔직히 딱히 선행해야 할 만한 수업이란 게 없다. 다시 말하면, 1학년 신입생이 4학년 과목을 들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단지 수업을 같이 듣는 사람 중에서 신입생 동기들이 별로 없고, 거의 선배들만이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친구와 같이 수업을 듣는 게 더 좋기는 하겠지만, 한두 과목 정도는 모험심(?)을 발휘해봐도 나쁘지 않다.

 

     내가 굳이 ‘재미있어 보이는 과목’을 선택하라고 추천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대학은 지식이나 정보를 그저 ‘받아먹는 곳’이 아니다. 대학에서 여러분에게 가르침을 전달하는 교수는 더 이상 중·고등학교의 학원 선생님 같은 존재가 아니다. 인생에서 맞닥뜨릴 문제에 대한 모범 답안을 족집게같이 찝어주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대학에서는 무엇을 배울까? 나는 자신 있게 이렇게 답할 수 있다. 대학 교육은 대학생으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키워주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가 관심 있게 선택한 과목’은 이와 같은 목적을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게 해준다. 사람은 으레 자신이 자율적으로 선택한 일에 책임을 지는 존재다. 어떤 과목을 듣고자 하여 직접 수강하기로 결정하면, 그때부터 모종의 열의가 생기게 된다. 만일 그 강좌의 내용이 조금 어렵다고 해도 최대한 따라가려고 하는 것이다.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이 자신에게 흥미 있을수록 공부하는 재미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선순환이 계속되면 대학 교육의 목적과 본질이 실현되는 데에 이른다. 자신이 스스로 문제를 설정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세워보고, 고민하고 생각해보면서 대학생은 ‘생각하는 존재’로 우뚝 서게 된다. 이런 경험을 반복하면 반복할수록 ‘학업’은 의무로 전락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로 다가올 것이다.

 

     학점 문제에 대한 걱정은 붙들어 매어도 괜찮다. 1학년이 전공 2~4학년 과목을 수강한다는 사실을 교수자는 알고 있다. 때때로 어떤 교수자는 “이 과목은 저학년에게 적합하지 않으니, 수강 취소하는 편이 좋을 겁니다.” 이렇게 말씀하시기도 한다. 그럴 때는 정말 겁이 나서 숨도 쉬어지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 그냥 남아 있으면 된다. 어차피 교수자는 당신의 점수를 매길 때, 당신이 현재 1학년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평가할 것이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손해 보는 건 없을 것이다. 한 과목 성적이 A가 아니라 B가 되었다 하더라도, 학문의 즐거움을 깨닫는다면, 그것은 남는 장사다. 또한, 정말 열심히 해볼 자신이 있다면, A(+)도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한 가지 더 알려주고 싶은 사항이 있다. 이것은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나의 지도교수님께로부터 들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대학에 입학하면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게 될 것이다. 과제를 하거나, 시험 준비를 위해서, 아니면 발표를 하기 위해 자료를 참고하기 위해서 자주 들락날락해야 할 곳이다. 일단 도서관과는 최대한 친해지기를 바란다. 일주일에 적어도 한두 번은 가서 책을 빌리고 (비록 읽지는 않는다고 해도) 다양한 책이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면서, 관심을 넓혀간다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대학의 모든 도서관에서는 ‘학생들이 책을 신청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 있다. 적어도 내가 아는 대학들은 전부 그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학생이 납부한 등록금에는 도서 충원 비용까지 포함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현재 다니고 있는 도서관에 문의한다면 잘 안내를 해줄 것이다. 대학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학생 한 명이 평균적으로 한 달에 최소 2~3권은 도서관에 책을 신청할 수 있다. 따라서 만약에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그게 도서관에 없다면 얼마든지 신청해도 좋다. 나의 경우에는 평소에 관심 가는 분야의 책을 적극적으로 신청해서 빌려 읽곤 했다. 이는 학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마치 윤활유와도 같은 역할을 했다. 그만큼 지식을 습득하는 일이 즐거웠으니까 말이다.

 

     결국, 나의 조언은 하나로 수렴한다. 그것은 바로 ‘너 하고 싶은 대로 공부하면서 살라’는 것이다. 대학에 입학한 뒤에 내디뎌야 할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첫걸음은 바로 ‘학문의 즐거움’을 깨닫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점에서 나의 조언은 신입생이 될 당신에게 적지 않은 의미를 주리라고 본다. 곧 대학생이 될 독자들이여, 부디 즐겁게 공부하는 캠퍼스 라이프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