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목

잘 맞는 옷

잘 어울려서 ㅎㅎ..(나다)


생각을 정리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옷 문제이다. 입는 옷은 중요하다. “어떤 옷을 입을 것인가?” 한참을 고민하면 “오늘 누구를 만나지?”가 떠오른다. 친구를 만나면 친구를 만나기 위한 옷을 입고, 결혼식을 가면 결혼식에 맞는 옷을 입는다. 상황과 분위기에 맞추어 옷을 신중하게 고르면 분명히 잘 맞는 옷을 선택하여 입을 수 있다.

학생부 사역한 지 어느덧 3년이 다 되어간다. 3년이라는 세월 속에 살과 피가 되는 여러 교훈과 경험을 몸소 배우고 느꼈다. 사역을 처음 시작할 때는 처음이니깐 모든 것이 어색했고 미숙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부족한 걸 보완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몇 달이 지나고 3년이 다 되어가는 무렵 깨닫게 된 사실은 보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최선을 다하여도 현실의 벽에 마주하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외, 내부적으로 현실의 상황들을 마주하면서 더 이상 넘어설 수 없는 벽을 체감하니 나한테 맞는 옷이 아니었구나를 느낀다. 힘든 것과 어려운 것을 구분하기 시작했다.(물론 주관적인 측면이다.) 학생때부터 현재까지 힘든 일은 무수히 많았다. 수많은 어려움을 겪고 배웠다. 그러나 힘든 일에는 늘 기쁨이 함께했었다. 그래서 버틸 수 있었고 보람도 느꼈다. 그러나 어려운 일에는 기쁨이 없었고 오히려 어색함과 좌절만이 따라왔다. 어려운 일이 힘든 일로 변화되면 도전할 수 있겠으나 어려운 일이 어려운 일로 계속 남아있으면 참으로 골치가 아프다.

3년을 사역해보니 깨닫게 되었다. 이 사역은 힘든 일이 아니라 어려운 일이었다. 처음이라는 위안 속에 나 자신을 계속 믿어주고 그럴 수 있다는 말로 지금의 상황을 개선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지금에야 와서 냉정하게 생각해보니 힘든 일이 아니라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학생들의 부모님을 상대하는 일은 상당히 말이다. 22살부터 전도사를 쉬지 않고 외부도움 없이 선생님들과 아이들 데리고 씨름해왔는데 지금 나한테 맞는 옷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설교 스타일도, 사역 스타일도, 아이들 수준 맞추는 것이 뭐 그리 어렵다고..(쥬륵) 그러나 사역을 돌아보면서 실패했다는 생각은 안 든다. 단지 나에게 맞는 옷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사실과 나한테 맞는 옷을 찾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해야겠다고 생각이 든다.

지금 나는 옷을 썩 잘 입지는 못하지만 부끄럽게 입지는 않는다. 고등학생 때, 대학교 초장기를 생각해보면 나의 패션 스타일은 장족의 발전이다. 그렇게 맞는 옷을 발견했던 것처럼 사역도 나한테 맞는 옷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고 어느덧 맞는 옷을 입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이 든다. 잘 맞는 옷을 입고 힘들지만 감사하고 기쁘게 일할 수 있는 그 날을 마주하길 바란다. 그리고 구독자 여러분들도 자신에게 잘 맞는 옷 입고 행복하고 감사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글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구나 믿을 수 있다  (4) 2020.10.16
안식  (4) 2020.10.03
칼 바르트의 로마서 강해(사도성)  (5) 2020.09.19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4) 2020.09.11
슬기로운 신앙생활  (5) 2020.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