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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신앙 이야기

신학과 기독교 교육학, 그리고 종교학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중에는 신학과에 진학하기를 희망하지만, 이와 비슷한 학과가 있어 혼란스러움을 겪는 학생도 분명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대학과 학과를 선택할 때에 언뜻 보기에 유사하게 느껴지는 학과들 사이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단지 내가 신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대부분의 목회자가 신학과를 갔기에 나도 따라서 선택한 것이다. 잠시 종교학과에 가려고 결정한 적도 있었으나, 어떤 목사가 그곳에 가면 믿음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호도하여 결국 가지 않았다. 물론 지금은 그 발언이 전혀 타당하지 않은 우스꽝스러운 말이라는 걸 깨달았지만 말이다.

 

여하튼, 각설하고 이번에는 여러분이 학과 선택을 할 때에 조금이라도 더 유용한 정보를 가지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학과별 특징과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물론 내가 소개하고자 하는 학과는 어느 정도 나의 배경과 연관이 있는 학과들이다. 본 지면에서 나는 신학과 기독교 교육학, 그리고 종교학을 비교하면서 설명할 것이다. 일단 신학은 나의 주전공인 만큼 가장 익숙하고 다양한 강의를 들어본 경험이 있다. 기독교 교육학은 현재 내가 교직이수를 하고 있기에 신학 수업 못지않게 여러 기독교 교육학 강좌를 수강한 바 있다. 종교학에 대해서는 학부 지도교수님의 가르침으로부터 알게 되었다. 교수님의 수업과 스터디 클럽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그것을 시작으로 몇몇 온라인 강의와 다른 대학의 강의를 청강했다. 따라서 세 가지 분야의 학문 모두 나와 어느 정도 연관이 있기에 같이 이야기해보고 싶다.

 

우선 신학은 무엇을 공부하는 학문일까? 신학은 글자 그대로 신(神)에 대한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신이란 각 종교나 교파별로 조금씩 그 성격이 다르겠지만, 대개는 기독교의 신을 일컫는다. 물론 국내에는 기독교 재단에서 설립한 대학이 가장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마 본 글을 읽는 독자도 비슷한 종교적 배경을 가지고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신학과에서는 어떠한 강의를 주로 들을 수 있을까? 일단 신학과에 입학하면 각종 필수 과목을 듣게 된다. 대표적으로 구약 성서와 신약 성서에 관한 기본 이론을 학습하는 과목(성서신학), 목회와 선교 현장을 다루는 예배학, 선교학 등을 배운다.(실천신학) 또한, 교회사나 종교개혁사와 같이 기독교의 역사를 탐구하는 분야의 학문도 있다.(역사신학) 끝으로 기독교의 교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공부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신론, 인간론, 구원론, 성령론 등처럼 말이다.(조직신학) 이외에도 성서나 신학과 깊은 연관이 있는 히브리어, 헬라어, 라틴어, 독일어 등의 외국어 강의가 개설된다. 대학원이 아닌 학부에서는 개론을 주로 다루기에 기초적인 수준에서 배우지만, 이는 훗날 여러분의 신학적 토대가 되기에 반드시 잘 닦아놓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신학과에서는 기독교 그 자체에 대한 강의가 대부분 개설된다. 따라서 목회자가 되기를 지망하거나 기독교 신학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수업하시는 교수님들도 거의 모두 신학자이자 목회자이기에 때에 따라서 적절한 가르침을 받을 수가 있다. 흔히 신학을 공부한다고 하면 성경에 대해 배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신학의 배경이 되는 텍스트가 성서라는 건 맞지만, 신학은 성서를 읽고 교훈을 얻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신학의 일차적인 목적은 성서와 기독교, 교회를 이해하는 틀(frame)을 갖추는 것이다. 개인이 아무리 성서를 열심히 읽는다고 하여도, 그것을 해석할 때에는 언제라도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오류에 빠진 채로 자신의 말이 진리라고 떠드는 순간, 그는 이단(異端)이 되고 만다. 신학의 역할은 이러한 오류에 빠지지 않고 건전하고 올바르게 성서를 읽을 수 있는 눈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학과에 오려고 하는 학생이 있다면 여기서 성서를 많이 읽게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 신학대학은 성서를 읽는 곳이 아니다. 성서는 집에서 많이 읽고 오라. 이곳에서는 자신이 읽은 성서를 어떻게 체계화하고 현대에 적합하게 재해석할지를 배워야 한다.

 

다음으로는 기독교 교육학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얼핏 보기에 기독교 교육학과 신학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나 역시 처음에는 그랬다. 그러나 두 학과의 강좌를 각각 수강하면서 느낀 게 있다. 신학이 성서를 해석하는 ‘자신의 관점’에 중점을 두고 탐구하는 학문이라면, 기독교 교육학은 성서를 비롯한 가르침을 전달받는 ‘교육의 대상’에 중점을 둔다는 점이다. 그러하기에 기독교 교육학과의 모든 수업은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가르치는 사람이 아무리 성서에 박식하고, 많은 기독교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가르치는 방법이 효과적이지 않다면, 교육은 성립될 수 없다. 따라서 기독교 교육학은 설교할 때나, 성서를 가르칠 때나, 종교 수업을 할 때, 주일학교 공과 교재나 수련회 교보재를 만들 때 훌륭한 가이드라인이 되어준다. 기독교 교육학과에서는 성서와 관련한 지식을 배우는 동시에 교육을 받는 인간을 탐구한다. 물론 신학보다는 성서를 둘러싼 담론을 가르치는 비중이 적으나, 그만큼 교육 이론과 지식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학습하기에 좀더 현장 지향적인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 교육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중등 정교사 자격증 2급(종교)을 취득하게 된다. 이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면, 여러 미션스쿨에서 종교 교사 혹은 교목으로 사역할 수 있다. 만약에 여러분이 기독교 학교의 교사나 교목, 교회 내에서 유아·어린이·청소년을 전문적으로 목회하는 교육목회자가 되고 싶다면 기독교 교육학과에 진학하기를 추천한다. ‘교육’의 가치와 중요성을 깨닫고 깊이 있게 배우려는 학생에게도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한편, 대학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기독교 교육학과 학생은 타 사범 계열 과목을 복수 전공할 수도 있다. 즉, 대학 내에 유아교육과나 역사교육과 등의 학과가 설치되어 있다면, 그러한 분야의 정교사 자격증까지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더욱 전문성 있는 교사가 되는 데에 큰 도움을 주리라고 예상한다.

 

마지막으로 종교학에 대해 짧게 언급해보겠다. 원래 나는 종교학에 별 관심이 없었으나, 지도교수님의 가르침을 얻으면서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다. 종교학과 신학의 차이점은 간단하다. 신학은 주로 기독교만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라면, 종교학은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종교를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종교학은 특정 목회자나 종교인을 양성하는 학문이 아니다. 종교가 없는 사람도 얼마든지 종교학을 전공할 수 있다. 물론 종교학 내에도 얼마든지 신학적인 개념이나 이론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종교학의 주목적은 ‘신’에 대해 알아가는 게 아니며, 신을 비롯한 종교적인 의식을 추구하는 ‘인간’을 탐구하는 것이다. 종교인, 비종교인 상관없이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여 종교를 설명하고자 하는 학문이 바로 종교학이다.

 

 

 

 

그렇기에 종교 현상에 관심이 많으며, 종교를 항유하는 ‘인간과 사회’ 그 자체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종교학을 전공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아직 국내에는 종교학의 입지가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소수의 대학교에만 종교학과가 설치되어 있으며, 종교학을 전공한다고 해서 어떠한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아니다. 경영학이나 공학과 같이 그다지 실용적인 학문에 속하지도 않다. 그야말로 철학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인문학이다. 하지만 나는 인간과 종교는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이 말은, 인간이 살아있는 한 종교를 향한 관심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마치 인간의 사유를 다루는 철학과 같이 말이다. 앞으로 국내에도 종교학 담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나 또한 열심히 내가 속한 위치에서 골몰하도록 하겠다.

 

이외에도 비슷한 학과가 여럿 존재하지만, 나의 경험에 한계가 있기에 여기서 비교를 마치려고 한다. 대학에서 특정한 학과를 전공한다는 것은 인생 전체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하기에 입시를 앞둔 학생이 있다면, 미리 여러 사람과 함께 상담도 해보고 관련 정보를 최대한 수집했으면 좋겠다. 본인이 원하는 전공이나 대학 강의를 미리 들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나처럼 대학이나 교수 연구실에 직접 전화를 걸어 찾아가도 좋고, 요즘은 온라인 강의도 다양하게 나와 있으니 동영상으로 미리 살펴봐도 된다. K-MOOC나 KOCW라는 사이트를 참고하면 유용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바라기는, 지금 여러분의 고민이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 최고의 선택을 내려줄 디딤돌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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