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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신앙 이야기

사명감 0%, 그러나

 

 

 신학대학이라는 마음은 다른 학과들보다 혹은 타대학 진학보다는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마음의 준비를 시키는 것 같다. 나에게 마음의 준비란 조금은 다른의미였다. 아버지가 목회자이기에 내가 원서를 접수한 순간부터 부자간의 대화는 아버지의 걱정과 조언 등등으로 가득 채워졌다.

 이 시기 나에게 들었던 첫 번째 생각은 ‘내가 선택한 학교가 걱정과 조언을 들을 만한 길인가?’였다. 이전 에피소드들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1차적 나의 목표는 신에 대한 탐구와 학문적 그리고 경험적 저장소로 나아가는 행위였다. 그런 나에게 아버지의 이야기는 한편으론 과하다였고, 다른 한편으론 내가 너무 안일하게 진학을 생각하고 있는가 라는 마음을 들게 하였다.

 사실 이러한 반응은 단순히 아버지뿐만 아니라 내가 속한 교회와 신앙공동체 속에서 자주 듣게 되었다. 그러면서 차츰 나에게 질문이 생기고 고민이 되었다. 아마 이 시도와 경험이 준비라면 준비일 것이다. 좀 더 진지하게 나의 진학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나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혹은 마음가짐을 가지고 신학대학에 가는가.

한국 사회에서 학과선택은 아마도 직업(job)의 선택과도 동일할 것이다. 적어도 일차원적으론 말이다.

 

 

 

 우선 나에게 목회자, 교회의 리더, 교회의 멘토에 대한 인식은 어떠했는가? 그렇다 나는 pk(pastor's kid)이기에, 교계 내의  생태계를 어깨 너머로 알게 되었고, 만나보았으며, 삶의 모습도 간혹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분들에 대해 나는 그렇게 호감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이 고민을 하면서 명확해졌다. 호감적이지 않음에도 학과 선택을 하게 되었다는 것은 직업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사명감으로 마음을 다진 것은 적어도 아니었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갔으면 한다. 많은 학생들이 그렇듯 성적맞춰간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서 학문적인 궁금증을 가지고 대학에 지원한다는게 말이나 되는가? 불과 수능을 치루기 이전까지 나 또한 같은 생각을 가졌고, 순수학문에 대한 부정적생각을 가진 학생이었다. 종교적 체험이라 말할 수 있는 나의 경험이 없었다면 나는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의 선택이 단순히 눈 앞의 ‘대입’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위한 해답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도중 앞선 글에서도 밝혔듯, 당시 나는 졸업예배를 또래친구들과 준비하고 있었다. 친구들과의 대화 속 내가 신학교를 가는 마음가짐을 정리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함께모여 예배를 구상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짧게는 2-3시간 길면 5시간도 보내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들의 신앙적 배경 그리고 이들이 가지고 있는 신앙적 고민들을 듣게 되었다. 정말 맑고 순수한 신앙적 고민을 넘어서 이들은 자신들의 교회 그리고 한국 교회를 사랑하고 있었다.

나의 신학교를 준비하는 마음은 이들의 모습에 감화됨으로 시작되었다. 이제껏 나의 삶의 터전이었던, 아마 다른 누구보다 오랜시간을 보냈다고 자부한 그 장소. 교회는 나에게 어떤 곳이고, 하나님은 나에게 어떤분인가. 이 질문은 결국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내 안에 생기는 발판이 되었다. 그리고 교회 공동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친구들이 눈물 흘리며 기도하는 모습, 세상 전부인 것처럼 나에게 교회 그리고 하나님의 이야기를 할 때 행복해 하던 모습들 나는 이 모습들을 지키고 싶었다. 하나님과 함께 아니 하나님이 세우시고, 지키시던 교회를 그리고 나의 기도제목으로 바꿔주신 절대자의 부르심을 지키고 싶었다.

 

 글을 읽는 누군가는 사명감없는 나의 모습에 이 책을 덮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알아주면 감사할 것 같다. 생각의 끝에서 벅참과 설렘이 가득했다. 하나님을 알아간다는 것에 대한 기대도 내 안에 자리 잡았고, 진중함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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