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내음새 가득한 곳
나보다 오래되어 이제는 사라진 출판사의 이름들이 즐비한 곳
책의 제목들은 그 시절을 머금고 젊은 주인의 흔적이 있는 곳
서재입니다.
서재는 사전적 정의로 글을쓰거나 책과 같은 문서 따위를 모아두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어릴 적
저의기억속 저희 집에는 유독 책장이 많았습니다. 젊은 목회자의 집에는 쉽사리 서재로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없었기에, 집의 모든 공간은 책으로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책의 제목들은 어린 저에게는 친숙하지 못했지만, 알록달록, 크고작은 책들 자체로 저에게 주는 정겨움은 지금도 잊지못합니다. 책은 놀이의 도구이기도 했습니다. 책들을 꺼내 도미노를 세워보기도 하고, 때론 책들의 가격을 더해보며 수학적(?)사고력을 증진시켜보는 재미난 것이었습니다.
저에게 어릴적 향수라 함은 책이고, 장소는 책이 있는 곳입니다.
참 신기하게도 도서관을 자주 다니는가? 그렇진 않습니다. 아마 저에게 있어서 책은 소리와 함께 있는 그 소리들이 정겨운 소리였기에 서점에 가는 것을 즐거워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금은 다니지 못하지만 학부시절 저의 취미는 동네책방들을 돌아다니는 것이었습니다. 참 신기하게도 그 곳에 가면 저는 모든 생각을 잠시나마 내려놓습니다. 책에 집중하는가? 음... 그렇지도 못합니다. 글을 쓰는 것보다 글을 읽는것을 좋아합니다 소리내는 것보다 소리를 듣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아마도 지금 저의 모습은 어린시절 책으로 둘러쌓이고, 책과함께 들려오던 아버지의 목소리가 만든것 아닐까 가끔 생각합니다.
한편,
책내음새가 가득한곳 이제는 나보다 오래된 책들이 가득한 곳 젊은 주인의 흔적이 발견되는 그곳은 바로
저의 아버지의 서재입니다. 아버지에 대한 직업의 이해가 있기전 저에게 유독 어려운 질문이 바로
“너네 아빠는 직업이 뭐야?”라는 것이었습니다.
경찰은 도둑을 잡고, 소방관은 불을끄고, 의사는 아픈곳을 치료해주는데, 정작 목사는 무엇을 하는지 저는 이해가 되지 않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지요.
단순히 목사님이야 라고 하면 저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은 대부분 부연설명을 필요로 했는데, 저에게 있어서 이러한 부연설명은 여간 쉬운일이아니었습니다.
시간은 흘러,
대학을 마치고 일을 하는 요즘, 저는 부쩍 아버지의 서재의 책장에서 책들을 짚어 듭니다. 단순히 아버지와 같은 길을 가고있어서 책을 짚어들진 않습니다. 이제는 개정되어 더 수려한 글로 재판매되고 있는 책들도있고, 소위 말하는 유행지난(?) 책들도 존재합니다. 책장을 정리하면서 아버지는 버릴까 고민도 많이했지만, 저의 간곡한부탁으로 몇번그만두신적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아버지의 책들을 읽는 다는 것은 나와 같은 나이의 아버지와 마주하는 일입니다. 대화가 많지않고, 사실 아버지와는 부딪히는게 더 많지만, 이상하리 만큼 아버지의 책을 읽어 내려갈때는 같이 고민하고 생각해나가는 느낌이다.
사실 책의 내용보다는 추억을 읽는 것 같습니다.
추석의 시작인 오늘 나는 또 다시 서재로 향합니다.
아마도 10살 나의 물음에 아버지의 대답은
책이라는 사물보다는 들을수 있고, 읽을수 있고, 생각할 수 있음을 준다는것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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