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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길

폴봉의 연구 관심사 거미줄

 

     이 주제에 관해 짧은 글을 쓰기로 하였을 때, 나는 적지 않은 고민을 했다. 그 이유는 앞으로 내가 공부해보고 싶은 주제가 너무나도 다양했기 때문이다. 대학원 진학을 앞두는 이 시점에서, 아직 세부적으로 무엇 하나만 공부해야겠다고 결정을 내리지는 못한 상태다. 이것은 어쩌면 한 분야를 그만큼 깊이 있게 공부하지는 않았음을 드러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관심 분야가 많을수록 나중에 언젠가는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 간략하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겠지만, 지금 그리고 미래에 내가 어떤 걸 중점적으로 공부할 것인지 적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내가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는 바로 종교학이다. 이전 글에서도 설명한 적이 있지만, 신학과 종교학은 조금 그 내용과 성격이 다르다. 대학교에 입학해서 약 6년 동안 학부 지도교수님께 가르침을 얻고, 함께 스터디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종교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세계의 여러 나라, 한국 사회에서 신앙되는 종교를 객관적이고 분석적으로 관찰하는 일이 흥미로웠다. 또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종교(개신교, 불교, 이슬람교 등과 같은)’를 반드시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인간은 얼마든지 ‘종교적’일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종교를 향유하는 인간과 그와 연관된 이론을 좀더 폭넓게 탐구해보고 싶다. 그래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중에 대학원을 종교학과로 진학하려고 한다.

 

     두 번째로 공부하고 싶은 주제는 음악이다. 음악은 나의 삶을 구성하는 크나큰 한 축이라고 보아도 좋다. 어렸을 적에 나의 꿈은 피아니스트였다. 유치원 다섯 살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약 12년 동안 피아노를 연주했다. 물론 그 꿈은 결국, 바뀌었기에 난 피아니스트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이 책을 쓰고 있는 게 아닌가? 그렇다. 내 꿈은 피아니스트에서 목회자로 바뀌었던 것이다. 한때는 목사와 선교사, 부흥사가 되기 위해서 ‘앞으로 다시는 피아노를 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사람의 앞날은 모르는지라, 요즘에는 그냥 취미로 치고 있다. 그만큼 나는 음악에 가까운 사람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래서 최근에 드는 생각은, 음악과 종교를 연결해서 연구해볼 수는 없을까? 이다. 내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좋아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연구도 재미있게 할 수 있으리라는 마음이 든다. 과연 나는 이 소망을 어떻게 싹트게 하고 꽃피울 수 있을까?

 

 

     세 번째로는 건강에 대하여 공부해보고 싶다. 여기서 건강이라고 하면 실제로 인간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의미한다. 뭐, 목사님들이 자주 이야기하는 ‘영적인 건강’ 이런 게 아니다. 나는 건강을 구성하는 영역을 크게 개인과 사회로 구분할 수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한 사람의 건강을 결정 짓는 요소가 개인에게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사회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만약에 누군가가 실수를 해서 다치거나 잘못된 생활 습관을 고치지 않는다면, 그는 다치거나 질병에 걸릴 수 있다. 한편, A라는 국가보다 B라는 국가의 청소년 자살률이 더 높다면, 그것은 개인에게만 원인이 있는 게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로 보아야 한다. 고려대학교 보건정책관리학부의 김승섭 교수님은 이것을 ‘사회적 질병’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나는 종교가 인간의 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고로,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도 연구해보려고 한다.

 

 

     네 번째로 관심이 가는 학문적 주제는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이다. 인지과학이란 인간이나 동물의 뇌, 심리, 행동 등에 관하여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이 어떠한 정보를 이해하며 처리하고 산출하는 시스템을 연구하는 분야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따라서 인지과학은 자연과학적 탐구뿐만 아니라, 심리학이나 인류학과 같은 사회과학적 지식, 그리고 철학이나 미학, 종교학을 비롯한 인문과학적 접근까지 포괄하는 ‘복합학’이다. 이는 미리 알아야 할 범위가 방대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자신의 분야에 강점을 가진다면, 얼마든지 학제 간 연구에 참여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종교학 내에도 하위 분과에 ‘인지종교학’이라는 연구 분야가 있다. 물론 음악은 말할 것도 없다.

 

 

     마지막으로 내가 평생 공부해나갈 학문은 바로 신학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현재 신학과 학생이며, 앞으로 목회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예비 신학대학원생이다. 그러므로 결국, 신학은 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학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신학 내의 연구 분야 또한 무궁무진하게 깊고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내가 계속적으로 탐구하고자 하는 주제는 바로 ‘공공신학(Public theology)’이다. 공적 신학이라고도 불리는데, 이것은 기독교인들이 교회 내에서만 소통하고 생활하는 게 아니라, 일반 사회로까지 확장하여 무언가를 행동하고 참여하기를 추구하는 신학이다. 공공신학 역시 그 연구 주제가 다양한데, 나는 특히 ‘목회자(나아가 종교 지도자)’에 초점을 맞추어 공부해보려고 한다. 종교인이 일으키는 사회적인 갈등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으며 또 그로 인해 꿈과 비전을 바꾸었던 한 사람으로서 말이다.

 

     지금까지 앞으로 내가 무엇을 중심으로 공부하고 싶은지 쭉 나열해보았다. 이것 저것 쓰고 나니까, 마치 나의 연구 관심사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것 같다. 물론, 나 또한 한정된 시간과 노력을 들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이 모든 걸 전공자 수준으로 잘할 자신은 없다. 단지, 이러한 분야에 관심을 꾸준히 가지면서, 나의 주전공과 접목하여 연구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리스트는 지금의 버전과 1년 후, 3년 후, 10년 후의 버전이 각각 다를 수도 있다. 본 글을 통하여 ‘한 명의 신학생이 저렇게 공부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구나.’ 정도만 느껴주신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아, 거기에서 더 나아가 ‘그럼 나는 무엇을 공부해보면 좋을까?’라고 자문자답한다면, 글쓴이는 기쁨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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